책이나 볼까/책도둑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오시이 마모루

이고네고 2008. 11. 6. 21:26

전지현이 헐리우드 영화에 출연한다고 해서 한번 관심을 갖고 들여다봤다.

뭐 오시이 마모루가 쓴 Blood The Last Vampire라는 책을 영화화한거고

전지현은 거기에서 아마 주인공비스무리하게 나온다는 설명이 있었다.

 

갑자기 너무 궁금해졌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내가 엄청 좋아하는 패트레이버 감독아닌가

만화에서도 사회성이 두드러지게 튀어나와있는 감독인데

그런 감독이 뱀파이어 책을 썼다고?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가 책을 빌려왔다.

도서관이 가까우니 이 얼마나 좋은가?

궁금한 책이 있으면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책을 너무 사랑해서 빌려가서 아예 먹어버리는 몇몇분들이 있어서 그렇지

도서관이 옆에 있는 나는 행운아다.

 

하여간 책표지에서부터 전지현처럼 교복입고 피묻은 일본도를 든 소녀가 장엄하게 그려져 있었다.

오! 이거 재밌겠다.

원래 또 판타지에 혹한 상태라서

뱀파이어니, 뭐 공룡, 괴수, 마법 이런거만 보면 환장한다.

 

 

 

근데 이거 이상하다.

주인공 남자 레이가 초반 일본도를 든 소녀를 목격하고 나서 다시금 이 소녀가 책에 나오는게

책 끝날 무렵이다.

또 책이 끝나도록 소녀는 대사한마디 없다. 있다면 단지 중간에 다음에 만나면 죽인다는 말은 누가 대신 전한것뿐

 

우하하  이 역을 전지현이 맡았다면

전지현 ..       영화에서 비중없겠구나 싶었다.

아니면 전지현의 비중을 위해 책속에 있는 지루한 인문, 고전, 진화론적인 논쟁들을 모조리

잘라버리고 단지 피튀기는 싸움만 액션이라는 미명하에 잔뜩 갖다놓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 책은 뱀파이어를 없애기 위해 싸우는 액션소설이 절대로, 전혀 ,NEVER!!! 아니다.

이 책은 오시이 마모루가 생각하는 뱀파이어라는 존재에 대한 그의 이색적인 가설을

책이라는 형태로 풀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솔직히

뱀파이어와의 살육전보다는 중간에 레이나 바티칸 밀사나 비밀결사대장이 논쟁하는 부분이

바로 오시이 마모루가 주창하는 뱀파이어 이론에 대한 그의 결론이 아닌가 싶다.

 

오시이 감독이 그의 작품에서 항상 어두운 사회의 문제를 짚어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서도 운동권 학생인 레이나 그 패거리들과 여기저기 돌아가는 학생운동의 현실이나

학교생활 등에 대한 묘사는 아마 일본 사회에 대한 작은 지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젊음이 갖는 패기, 열기, 그리고 현실에 대한 좌절 등에 대한 고찰역시 오시이 감독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하여간 어렵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책은 절대로 액션소설이 아니니까

나는 전지현이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이며

책이 어떻게 변형되고 각색되어 영화로 나올 것인가를 기대해봐야 하겠다.

내 생각대로라면

아마 전혀 새로운 Blood The Last Vampire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참 유인원들이 진화를 거치면서 인간족과 뱀파이어족의 각각으로 나뉘어 진화해왔다는 이야기는 정말 재밌지 않은가?

피를 먹어야 하는 경제적인 이유나 생존의 효율성에 대한 논쟁도 한편만 들어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아마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그의 이런 생각을 너무나도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