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볼까/책도둑

한여름 볼만한 이야기-나의 식인 룸메이트

이고네고 2011. 5. 31. 11:29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세번째 책을 읽고 있다.

앞서 1.2편도 가뿐이 읽었고

특히 19금이라는 표시가 붙은 1편도 껌으로 읽었다.

 

사실 공포라는 건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깊이가 없다.

아무리 난도질하고 도륙을 해놔도

단지 상황일 뿐

그런 상황묘사로는 오래가는 공포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3집은 앞의 두 책보다 훨씬 깊이가 있는 듯하다.

아직 다 읽은것은 아니지만

예상외로 너무 와닿는 게 많아서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지금 이렇게 끄적거린다.

 

가장 와닿는 공포는 현실에 근거한 공포다.

그리고 책속에서 그려낸 세상이 허황된게 아닌 있을 수 있는 현실적 이야기가 될 때 공포는 최고가 된다.

 

엄성용 작 '스트레스 해소법'은 바로 읽자마자 왜이렇게 주인공에 동화가 되는 것인지...

마트에서 일하는 소심한 주인공이 반복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점차 변해가는 과정이 절대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아고라 등에서 보면 진상고객에 대한  경험담이 종종 올라온다.

과연 이런 고객들에게도 무조건 웃으면서 대해야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드는 정말로 진상죽의 진상들이 심심찮게 소개되고 있다.

내가 점원이라면 당장 받아버리고 사표를 낼 상황임에도

꾸준히 참고 참고  또 참고 웃음을 보여야만 하는 점원들의 스트레스는 정말로 실감나게 공감이 된다.

 

결국 사람과 사람사이에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있으면 좋을 텐데...

고객과 점원이라는 관계가 되면 그런 배려와 양보가 일방적으로 한쪽으로만 쏠리는 게 되나 보다.

 

나는 절대로 안그러고 살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고객이라는 권력이 생기면 혹시 권력에 취해서 일방을 무시하지는 않았나. 반성도 해본다.

사실 나로서는 고객이면서도 하대받고 홀대받는 고객이었던 적이 더 많았기 때문에

점원과의 관계가 다소 무섭기도 한데... 그런 건 쓸데없는 헛소리고..

 

 

 

딴 소리로 넘어갔는데 이번 공포문학 단편선 3집은 꽤 재미있다.

한동안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해지는 바람에 쉽게 읽으려고 잡았는데

앞서 잡고 있던 로버트 A 하이라인의 '프라이데이'를 점점 뒤쳐지게 만들고 있다.

사실 프라이데이도 반쯤 읽는 중 갑자기 공포문학 단편선을 잡았지만

단편들이어서 읽은 부담도 없고 한밤에 읽어도 재미있고 ..

쉽게 읽을 책을 찾는 분들에게는 정말 딱 입니다요.

 

 

잡소리..

그나저나 하이라인의 '프라이데이'

 이 아가씨는 왜이리 자신이 인공물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그냥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 듯 사람들사이에 섞여 자연스레 살아가면 안되는 것인지..

정체성을 그렇게 반복적으로 확인해야만 하는 것인지 의문임.

나같으면 안밝히겠구만.. 그러고 그냥 재미있게 살면 되지.. 왜 갈등을 만드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