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볼까나?/tv없으면 뭔 재미?

나는 가수다 성급함에 대한 안쓰러움

이고네고 2011. 3. 27. 20:45

나는 가수다를 안본다느니 하면서도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런닝맨을 보면서도 손이 움찔움찔 거리더군.

런닝맨에서 한우고기가지고 누가 침을 꼴깍 먼저 삼키나 하는 걸 갖고 게임하는게

보기 싫어 더 견디기 힘들어서

그냥 나가수로 돌려버렸다.

이미 이소라가 노래를 하고 있더군.

 

역시 잘해.. 이소라만의 끈적함이 있는 노래, 자신만의 특징을 정말 잘 보여주는 가수야..

그리고 차례차례 백지영, 김건모, 김범수 등 노래가 이어진다.

 

노래만으로는 정말 뭐라고 딴지를 걸 수가 없더라.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 있어 행복하고

노래는 들으면서 즐겁고 감동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방송으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다.

 

김건모의 무대는 사실 기대가 컸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미 한번 떨어진 상황에서 어떤 노래를 불러 어떤 결과를 얻을 것인가?

나조차도 긴장되고 걱정되고..

 

 

 

 

마이크를 잡은 김건모의 손이 떨리더라

그리고.... 그걸로 됐다.

 

열심히하는 모습만으로도 이전의 쓸데없는 일들이 그냥 잊혀져 버렸다.

 

 

그리고 이소라가 한 말도 기억에 남는다.

한번의 평가로 평가받을 만한 가수가 아니라는 점.

김건모의 죄송하다는 말과 열심히 하겠다는 말도 거짓이 아닌 진실이 보였다.

 

누구의 무대가 되었건 간에

감동이고 행복했다.

시끄러운 전자음, 노래보다는 춤에 정신을 빼앗겨 과연 무슨 노래인지조차 기억나지 않고

단지 후렴구만 떠오르는 그런 노래들 속에서 가사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듣게 하는 경험을 갖는 것도 정말 이색적이다.

 

방송이 너무 감동적으로 마무리된 까닭에

지난 한주간 인터넷을 들끓게 만들었던 나가수 사태가 다시금 안쓰러울 뿐이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잘못이지만

한주만 더 방송을 지켜봤더라면 그 과정과 남겨진 문제를 노력과 진정성으로 풀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충분히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었을텐데..

 

이제와서 안타까운 것은 너무 성급한 경연진의 결정 뿐이지..

정말로 한순간 비난을 들으면 그걸로 가차없이 잘라버리는 비정한 경영진,

시청자들의 눈이 무섭다는 걸 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좀더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한주를 못견디고  끓어서 넘쳐버린 인터넷도 그렇고..

컴퓨터앞에서 주절주절하고 있는 나도 그 한사람인 까닭에 안타깝고..

 

모처럼 좋은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다.

제작진이 바뀌어도 이런 감동의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까?

쌀집아저씨가 잠깐의 실수로 비난을 들었지만

그래도 쌀집아저씨의 기획은 최고아닌가?

 

진정으로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있고 여전히 대중은 그런 가수의 노래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걸

우리도 몰랐는데 알아서 바깥으로 꺼내 준 분아닌가?